현대 영화 평론에서 중요한 시각 중 하나는 페미니즘적 관점입니다. 단순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아닌, 영화가 여성과 젠더 이슈를 어떻게 재현하고, 어떤 서사 구조로 이를 풀어내는가가 핵심입니다. 본 글에서는 페미니즘 비평, 젠더 서사,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영화 평론이 어떻게 성별과 권력,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지 살펴봅니다.
페미니즘비평: 시선의 권력과 재현의 정치학
페미니즘 영화 비평은 영화 속 여성의 재현 방식과 시선의 구조를 분석합니다. 특히 로라 멀비의 '남성 시선(male gaze)' 이론 이후, 영화가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지, 그 시선이 성적 대상화인지, 혹은 주체적 인물로 제시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바비>는 여성 중심의 판타지 세계를 통해 성별 고정관념과 권력 불균형을 전복적으로 드러내며, <노매드랜드>는 중년 여성의 삶을 관습적 여성성 없이 존엄하게 묘사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헐리우드 액션 영화 속 여성은 여전히 남성 주체의 욕망을 보조하는 장치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미니즘 비평은 단지 ‘여성 캐릭터가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어떤 맥락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재현되는가를 질문하며, 영화 속 성별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평론 방식입니다.
젠더서사: 이분법을 넘는 정체성의 확장
젠더 서사는 단순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넘어, 성 정체성과 성 역할의 다원성을 서사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는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퀴어 캐릭터뿐만 아니라, 전통적 젠더 규범에 도전하는 인물들의 존재를 다루는 데 초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여성 간의 사랑을 주체적 시선으로 다루며, <헤드윅>은 젠더 이분법을 해체하고 정체성의 유동성과 자아 찾기를 음악과 함께 서사화합니다. <문라이트>는 흑인 남성의 성장기를 통해 젠더와 인종, 계급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주며, 젠더 서사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젠더 서사를 분석하는 평론은 캐릭터의 정체성 구축, 사회적 시선, 연출자의 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기존 서사의 규범성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진 서사 구조를 탐색합니다.
여성서사: 목소리와 경험의 복원
여성서사는 여성 캐릭터를 단순한 상징이나 기능적 역할로 소비하지 않고, 여성의 삶, 감정, 역사, 정체성을 중심 서사로 끌어오는 영화들을 분석하는 평론 방식입니다. 이는 여성 창작자들의 시선을 반영하기도 하며, 여성이 스스로를 말하게 하는 내러티브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현실을 리얼리즘적 시선으로 풀어내며, <벌새>는 1990년대 한 소녀의 미시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또한 <툴리>와 같은 영화는 육아와 여성의 소진, 정신 건강 등 기존 영화가 조명하지 않았던 여성의 일상과 내면을 조명합니다.
여성서사 중심의 평론은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가’보다, 그 인물이 살아 숨 쉬는 주체로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서사 속에 침묵해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페미니즘 비평은 시선을 분석하고, 젠더 서사는 정체성을 확장하며, 여성 서사는 경험을 복원합니다. 이 세 가지 평론 시각은 영화가 단지 '무엇을 보여주느냐'를 넘어서 ‘누구의 이야기를, 어떤 시선으로, 어떤 구조 속에서 말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분석 도구입니다. 시대가 변할수록 영화는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혀야 하며, 이 평론 방식은 그 재해석의 핵심적인 통로가 됩니다.